보험사 첫 100년 기업 메리츠화재…"2025년 순이익 1위 될 것"

입력 2022-09-14 16:19   수정 2022-09-14 16:20

우리나라 최초의 손해보험회사인 메리츠화재는 올해 10월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메리츠화재가 걸어온 지난 100년은 곧 대한민국 보험의 역사였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 10월 자본금 500만원으로 설립된 메리츠화재의 전신 ‘조선화재해상보험’은 일본계 보험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1935년 경성(현 서울)의 명물로 꼽힌 태평로 사옥을 건립하는 등 꾸준한 명맥을 이어갔다. 해방 이후 잠시 미 군정에 귀속됐다가 1950년 ‘동양화재해상보험’으로 사명을 바꿨고 1956년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60번째로 등록해 지금도 종목번호 ‘00060’으로 거래되고 있다. 1967년 옛 한진그룹에 편입됐고 2005년 다시 계열 분리되면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으로 공식 출범했다. 브랜드명인 메리츠(MERITZ)에는 혜택, 장점을 뜻하는 영문 ‘merit’에 복수형 어미(s/z)를 붙여 ‘더 우수하고 장점과 혜택이 많은 보험사’라는 의미를 담았다. 메리츠화재는 계열 분리 후 17년 만에 총자산 10배, 시가총액 23배로 성장하면서 국내 최초의 보험사에서 국내 최고의 보험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 출범 후 총자산 30배↑
메리츠화재는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기 전 총자산 2조7000억원, 시가총액 1700억원 규모의 업계 ‘만년 5위’ 보험사에 불과했다.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등 굴지의 대기업이 즐비한 한진그룹 내에서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다. 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회장이 물려받아 과감한 인재 발탁과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등 경영 수완을 발휘하면서 ‘화려한 백조’로 비상하기 시작했다.

메리츠화재는 현재 총자산 28조원(올해 상반기 기준), 시가총액 4조5000억원(8월 23일 기준) 규모의 대형 보험사로 도약했다. 메리츠금융지주로 확대해서 보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05년 메리츠화재·증권을 합친 메리츠금융그룹의 총자산은 2005년 3조3000억원에서 올해 6월 90조원에 육박해 증가폭이 무려 30배에 달한다.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019년부터 당기순이익 기준 업계 3위로 올라섰고 14위에 그쳤던 메리츠증권 역시 실적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7829억원으로 업계 6위에 올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이 같은 성취를 이뤄낸 최대 비결로는 조 회장의 인재 경영이 첫손에 꼽힌다. 조 회장은 회사의 성장에 최적이라고 판단되는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믿고 사업을 맡긴다. 전문경영인이 맘껏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수천억원대 신규 투자 의사결정조차 사후 보고로 대체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 회장은 평소 “메리츠는 사람과 문화가 전부인 회사”라고 강조한다. 사람이 전부인 회사인 만큼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모든 계열사가 확실한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승진 연한이 따로 없어 계열사마다 40대 젊은 임원이 수두룩하다. 학력이나 직급이 아니라 철저하게 회사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다. 회장, 부회장보다 연봉이 더 많은 임원과 팀장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유다.
“2025년까지 트리플 크라운 달성”
메리츠화재는 2015년 김용범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후 제2의 도약기를 맞았다. 국내 보험사들이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단행했다. 김 부회장이 전사적으로 도입한 ‘아메바 경영’이 대표적이다. 아메바 경영은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경영자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즉 회사 전체의 손익계산서를 부서별로 잘게 쪼개 직원이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자의 하루하루 성적표에 연계해 차별화한 보상이 이뤄진다.

보험업계의 획일화한 영업조직 구조도 바꿨다. ‘본부-지역단-점포’로 이어지는 기존 3단계 조직에서 본부 및 지역단을 모두 없애고 본사 밑에 곧바로 영업점포를 뒀다. 전국 221개 영업 점포도 본사 직속의 102개 초대형 점포로 흡수 통합했다. 이렇게 절감한 영업관리 비용은 상품 경쟁력 및 설계사 지원 강화 목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2015년 말 1700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말 6600억원으로 6년 만에 무려 4배가량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4640억원을 달성해 역대 최대 기록을 또다시 깨뜨릴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15년 말 11.9%에서 지난해 말 24.7%로 2배 이상 상승했다.

김 부회장은 주주가치 극대화에도 적극적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배당을 축소하고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자사주를 대량 매입 후 소각해 주당순이익(EPS)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실제 첫해인 2021년에만 세 차례에 걸쳐 2800억원가량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올해 2월에도 1000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했다. 이어 6월과 8월 각각 900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약속을 지켰고 그 결과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지난해 5월 기준 2조5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8월 말 기준 4조3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손보업계에서 삼성화재에 이어 2위, 전체 보험업계로 넓혀도 3위에 랭크돼 있다.

김 부회장은 이제 2025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CEO 메시지에서 2025년까지 장기인보험 매출과 당기순이익, 시가총액에서 각각 1위에 올라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저 그런 2~3등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당당한 1위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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